한국어
배너1번 배너2번 배너3번

뉴질랜드 이야기

뉴질랜드에서의 송년

마스터즈 2018.04.01 05:06 조회 수 : 74

송년회라 하면 한해가 가는 아쉬움을 가슴에 가득히 담고 한해동안 도움을 주고 받은 고마운 분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감사를 표하고 더욱 밝은 새해를 소망하는 모임으로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다만 그러한 모임이 한두번이 아니고 한번씩 할때마다 1차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몸은 많이 피곤하던 것이 연말 송년회였다.

그리고 길거리에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송과 함께 지나치는 포장마차에서는 추운 날씨속에서 따뜻한 국물과 인정이 함께 어우러지니, 나이든 사람들은 한해 동안의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고, 젊은 아이들은 긴 겨울 방학을 즐기며 새해에 대한 희망을 부풀리게 된다.

그 동안 가을로 접어들면 뉴질랜드로 들어오고 봄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다가  올 여름(아니 올겨울)은 뉴질랜드에서 맞이하게 되고 처음으로 이 나라의 송년을 보게되었다.

지난번 크리스마스가 되기 수일전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파티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해 하면서 가니 옥션(경매)장 에서 진행하는데 한쪽에서는 과일과 주스를 섞은 화채를 준비하고 약간의 음식과 와인, 맥주가 전부였다.

이리저리 모이라는 말도 없고 자연스레 아는사람끼리 이리저리 돌아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 마실사람은 맥주,  와인 마실사람은 와인, 아니면 주스를 마시기도 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참 인상 깊었던 것은 그  파티준비를 한사람들이 다름 아닌 회사의 오너들 이었다는 것이다.
부부오너중 남편은 청바지에 부인은 앞치마를 두르고 정신없이 일하는 것이었다.

실무자가 다 챙기고 높은 사람은 맨뒤에 폼잡으며 나타나는 문화에 오래 살다온 나로서는 어찌 저럴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격식이 없으니...남녀 노소에 상관없이 모두가 마치 친구처럼 서로 등을 두드리며 웃고 떠드는 것을 보니 처음이라 어색하면서도 아주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각 오피스(우리회사는 5개의 오피스가 있음)에서 한명씩이 나와 한해를 회고하면서 한마디씩 하고, 그중 한명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한손에는 버둥버둥대는 애를 안고 한마디 하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우리회사에서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네.
마지막에는 3명의 공동 오너중 한명인 앞치마 두르고 일하던 여자분이 나와서 이야기 하는데 "여러분들 같이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함께 하고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하게 된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누가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다 못해 너무 감사하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저 사람의 진실을 의심할 것인가?

몇 순배의 소주잔 혹은 폭탄주가 오고 가면서 얼굴은 붉어지고 어깨동무하는 그 자리에서 감동과 동료애가 나오는 한국에서의 망년회 경험과는 사뭇딴판이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조그만 회사에서 키위들과 같이 일을 해왔고 지난 11월 초에 지금의 큰 회사로 옮겼지만, 회식은 물론 맥주한잔도 같이 마셔본적이 없다. 아니 술자리는 고사하고 점심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을 들어본적도 없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지난번 회사에 있을때 나이 60이 넘은 사람이 들어와도 마찬가지였다.
참 어색하고 어떤때에는 좀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게 아나라의 문화라고 생각하니 그만이고 나 자신이 이제는 이러한 문화에 젖어드니 오히려 이게 그렇게 편할수 없다.

남에 의해 끌려가지 않고 자신이 자기의 중심이 되는 사회.
술마시지 않고 맨정신에도 깊은 동료애와 공동체 정신을 느낄수 있는 사회.
자연스레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게 하는 사회.

그러나 이렇게 편안한 송년을 보내고 있지만 오라는데는 없어도 갈데는 많았던 시절들이 왜 이렇게 그리워 지나.  이제는 오라는데도 없고 갈데도 없네

겨울코트 옷깃을 여미며 기울어가는 한해를 정리하고, 웬지 모를 슬픔에 가슴 아파하면서 술잔을 비우고 또 비우던, 그리고 내 나이는 잊어 버린체 늙은 부모가 자꾸만 나이드는것을 안타까워 하던 어느덧 아비된 자식의 내모습은 이제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 것인가?

상호명 : 레몬테라스 / 대표자 : 강호성, 소재지 : 27 Hiighsted road, Christchurch New Zealand

Copyright ⓒ 2010 Lemonterrac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