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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

뉴질랜드의 풍년

마스터즈 2018.04.01 04:54 조회 수 : 74

 

우리집 정원의 안쪽 펜스아래에는 한국의 30평형대 아파트 거실크기의 2배가 체 못되는 밭이 있다.
작년 6월 이사오자 마자 맨먼저 한일이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빨간 블럭과 길다란 시멘트블럭을 가지고 경계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일이 왜 그렇게 하고 싶던지. 있는 대로 그냥두면 되는데 왜 굳이 경계선에다가 블럭을 까느냐는 와이프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블럭을 깔아 단정한 모양의 밭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전부터 주말농장이다 전원주택이다 뭐다해서 이래저래 조그만 밭을 일구는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어릴적 농촌에서 자란 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농작물을 심고 기르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게 농사일은 취미생활이나 아이들 자연학습으로서의 주말 소풍놀이가 아니라 가수 이동원의 노래 "향수" 의 배경이 저절로 연상될 만큼  이제는 늙어 버린 우리 부모세대들의 힘겨운 삶과의 투쟁으로 각인 되어있기에, 나는 주말농장이다 뭐다 하면서 좀 별난체, 잘난체하는 사람들을 속으로는 너희들이 농민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느냐는 식으로 냉소적인 시각을 깔고 보아왔던 것이다.

농사일이 그 고통스러운 노력에 비하여 얻어지는 금전적인 대가가 크지 못함을 알기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농사일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 부모형제가 아니라도 가슴이 아파오지만 땅의 정직함과 조그만 땅이라도 잘 가꾸었을 때에 얻어지는 보람을 의심한적은 한번도 없다

지금 우리집 밭에는 상치, 배추, 쑥갓, 깻잎, 파와 호박 그리고 토마토 나무 5그루가 심어져 있고 내가 다시 오기전에는 치커리도 있었다 하는데 좁은 밭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우리가족이 지난해 봄부터 지금까지 야채를 사다 먹은 적이 없었다 한다.

삼겹살이나 소고기등 육류만 구입하면 신선한 야채를 밭에서 바로 수확해 씻어 먹으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고 정말 약한번 치지않고 재배한 무공해중의 무공해 야채라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다.
일전에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달팽이들이 배추를 다 먹어치운다고 말씀드리자, 그게 바로 깨끗하다는 증거라고 하시면서 한국에서는 일부러 밭에다가 달팽이를 키워서 달팽이들이 뜯어먹은 부분을 농약을 치지않은 증거로 삼는것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정말 야채는 모양이 깨끗하고 고울수록 좋은 먹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모양도 모양이지만 달팽이들은 정말 문제다. 날씨가 조금더 추워지고 달팽이들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시기가 되면 빈땅을 돌아가면서 삽으로 완전히 깊게 뒤집어 엎어서 달팽이들을 모조리 없애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규모의 땅이라도 한국은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고 겨울이 되면 많이 춥기때문에 야채를 심고 수확하는 시기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나, 여기는 일교차는 심한 반면에 연중 기온차는 적고 겨울이되어도 낮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잘 관리하면 아주 오랫동안 집에서 나오는 야채를 즐겨먹을 수 있다.

이제 가끔씩 서리가 오는 지금도 밭에는 파와 어린 배추, 쑥갓이 가득 자라고 특히 깻잎은 얼마나 잘자라는지 먹어도 먹어도 끝이없어 이웃의 한국사람들이 오면 반드시 뜯어가라고 권하기도 하고 누구집에 초대밭으면 우리가 으례가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토마토는 5그루밖에 안되는데도 어찌 그리도 많이 열리는지. 그동안 따먹은것 까지 합하면 아마 2-3백개는 달린것 같다.
지난 토요일은 아예 토마토를 한바가지 담아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께 갖다 드렸다.
작년 이사온후 길에서서 인사하고 난뒤 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버려서 이래저래 자세히 이야기 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토마토가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두분다 일흔이 넘은 분들인데 1952년에 영국에서 이민을 왔고  아이들은 4명이 있는데 둘은 영국에 있고 둘은 호주에 있는데 딸셋에 아들하나를 두고있고 맏이인 아들의 나이가 50살이란다.
그러니까 두분만 여기서 사는 것이다.
토마토를 가져가니 굳이 집안으로 들어오라 하여 잠깐동안 이야기 하다가 나오니 자기집에는 사과와 호두가 열리는데 나중에 나누어 주겠다고 하더니만 할아버지가 정말 오늘 사과하고 호두를 한바가지씩 담아왔다.

사과나무는 우리집 펜스너머로 늘 보고 있지만 호두나무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못했는데 그 말를 듣고난뒤 유심히 보니
게라지뒷쪽에 큰 나무가 서있어서 오늘 물어보니 바로 그게 호두 나무란다.
제법 오래되고 큰 나무라서 호두가 많이 열릴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이번주에 아무때나 자기 집에 놀러와서 차를 한잔하자고 하여 이번주 토요일 오후에 우리가족 모두 찾아가기로 했다. 
이웃을 잘사귀면 급할때 서로 돕고 살수도 있고, 한집이 집을 비우고 여행을 가거나 할때 집을 맡겨도 안심이 된다.
가끔씩 한번만 둘러 보아도 되니까.

대부분 한국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살때 워낙 좁은 땅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조그만 공간이 있으면 밭을 일구고 
야채를 가꾸어 먹고자 하겠지만 이나라 키위들은 자기정원에 조그만 온실이 있는 경우는 가끔 보았지만 우리처럼 밭을 가꾸고 하는 일은 그렇게 열심이지 않은것 같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저 사람들은 어릴적 부터 넓은 땅에서 자라다 보니 땅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
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네들과 우리들이 먹는 야채의 종류가 많이 틀리고 먹는방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지금 우리밭에 있는 파, 배추, 상치, 쑥갓, 깻잎등 어느것을 보아도 여기 키위들이 먹는 야채가 아니다.
이네들은 양파,양배추,양상치등을 주로 먹고 그것도 주로 샐러드 형태로 먹으니까  농사를 지어도 우리같이 다양하게 소비하지 못한다.
상치하나만 보아도 우리 것은 조금씩 키우면서 잎을 뜯어 먹고 나면 또 자라고 해서 계속 수확할 수 있는데, 양상치는 
포기로 되어있어 완전히 키우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그리고 배추도 우리는 어린배추를 솎아주면서 이리저리 많이 먹기도 하지만 양배추를 먹는 이나라 사람들은 그런게 없으니까 뭐를 심고난뒤에 다 자랄때까지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집에서 길러먹는 것이 쉽지 않을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야채 소비방식도 우리는 삼겹살이나 불고기등 육류와 함께 싸서 먹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비빔밥에, 쌈밥에 파전에 심지어 라면 끓일때에도 파를 듬뿍 넣는등 먹는방법이 다양한데 따지고 보면 이 모든것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식과는
별 관계가 없고 밥을 먹는 우리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우리에게 야채는 반찬인 것이다.

수일전 서리가 한번 오니 깻잎 윗부분이 조금 시들고 호박과 토마토는 한 시즌을 마감하는 것 같다.
호박과 토마토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깻잎은 밤에 무엇으로 덮어두면 오랫동안 더 먹을수 있겠는데 이나라는 밤에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동안 너무 흔하게 많이 먹어서 그런지 벌써 깻잎 귀한줄을 못느끼는 것 같다. 없어지면 많이 아쉬울텐데.

내년에는 지금 밭에 줄 거름으로 쓰고자 나뭇잎을 썩히고 있는 땅까지 밭으로 활용하고 작년에 심은 체리와 복숭아 그리고 포도가 열리면 우리집은 야채와 과일로 풍년이 될 것이다.

상호명 : 레몬테라스 / 대표자 : 강호성, 소재지 : 27 Hiighsted road, Christchurch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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